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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일기] 2022.06.16 - 나는 열심히 지내고 있습니다

by 크썸 2022. 6. 17.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바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요)

고대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애용한 첫 인사말이라고 한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도 잘 있습니다' 라는 의미다. 줄여서 'Si vales, valeo'로 쓴다고 한다. 상당히 좋아하는 문구다. 그래서 한동안 카카오톡 상태메세지로 하고 다녔다.친구가 나에게 전화해서 요즘 어떠냐고 물어보면 잘 지낸다고 일단대답한다. 그런데 친구가 자기는 힘들다라고 하면, 나도 힘들다고 다시 대답한다. 다시 말해, 내 지인이 잘 지내고 있다면, 나 역시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의미다.

가끔 이 문구를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해서 그런거냐 등등. 그런 말을 의식해서 삭제했었지만 다시 집어넣어야겠다. 잘하고 있냐는 팀장님의 안부말에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한다. 당연히 돌아오는 말은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지! 이다. 나도 알고는 있다. 회사에서는 열정이 아니라 성과를 내야하니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한다. 하지만 아직은 잘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신규 기능 개발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잘자잘한 것들은 이것저것 만졌지만 정작 중요한 기능들은 손도 못대고 있다.

조바심을 내는 와중에 트위터에서 재밌는 글을 발견했다. 범재가 천재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그냥 하는 것. 초심을 잃지 말고 조바심을 내지 말고, 흥미를 가지고 재미를 느끼며 꾸준히 그냥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조바심이 나고 그래서 잘 할 수 있는 것도 더딘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하여, 나는 이제 이슈가 들어오면 분석하여 해결할 수 있고, 우리팀에서 사용하는 코드를 바꿀 수 있으며, 원하는 기능을 넣어 테스트 해볼 수 있고, 다른 팀에서 문의하는 것도 대응할 수 있고, 성능 측정도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걸 어떻게 다했지라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정답은 하나였다. 그냥 꾸준히, 시키는 것을 토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이것저것 찾아봤던 시간들. 그 모든 게 모여서 잘하고 있는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느낀다. 조바심을 내지말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이 올 것이다. 나 역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알아볼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그냥 꾸준히, 별다른 생각하지 말고 계속 하는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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