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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22.05.11 - 피곤

by 크썸 2022. 5. 11.

 

지친다. 일하는 것도 재미가 없고 진척이 없다. 정확히는 조금씩이지만 진행은 되고 있지만 하나 해결할 때마다 다음 문제가 등장한다. 회사 구조가 기형적이여서 대리급 인력이 거의 없다. 신입과 과장 이상만 있을 뿐. 코딩 잘하는 친구들은 척척 일을 해나갈테지만 내게는 버거운 환경이다. 이대로 연차만 쌓여가면 더욱더 힘들어질 것 같다.

지난번 일기가 작년 10월달이였다. 일기 마지막에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지 않도록 잘 해나가야 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해외 출장이 가장 큰 원인이였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일하고 잔다. 중간중간 휴식 시간이 있다고 해도 긴장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 이렇게 2주가 되어가면 아무런 생각이 없어진다. 직장인이 자살하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던 어마무시한 경험이였다.

책임감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끊임없이 일을 붙잡는 사람이 있다. 과로를 하게 되고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다. 여기서 그냥 쉬면 그나마 나아질테지만, 일을 계속 준다면 쉴 틈이 없다. 반대로 이 이상 일을 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미리 자각하고 알아서 쉬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일을 뒤로 미루는 점에서 책임감 없는 사람조차 보여질 수 있다. 직장에서 안 좋은 이미지로 찍히게 되고 최악의 경우 해고 될지도 모른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래도 일이 주어졌다면 책임감 있게 해야된다며 전자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었다. 양자택일 하라고 하면 후자다. 일하는 시간에는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야근을 하면서까지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로 인해 그 일이 터지던 말던 이제는 신경쓰지 않는다. 회사에 손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타협한다. 해외출장에서 느꼈던 번아웃은 인생 최악의 경험이였고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

대신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한다. 일을 제 때 끝내지 못하는 내 능력 부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매일 코딩하고 증거를 남기고, 체력 단련을 한다. 운 좋게 대기업에 취직해서 다니고 있지만, 현재 내 실력이 이곳에 있을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이직도 쉽지 않다는 것도 자각하고 있다. 김포프가 말했다. 늦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으면, 남들은 학부 4년하고도 더 많은 시간을 공부했던걸 따라잡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살짝 방황만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목표와 구체적인 틀을 잡았다. 코스를 정했으니 이제 빠르게 달릴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