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3년차. 가장 이직하기 좋은 시기라고들 한다. 이 때 이직을 해야 연봉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말들도 종종 한다. 딱히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 현재 나에게 중요한 것은 연봉보다는 실력이다. 이 정도 연봉을 받을 실력이 충분한가와 실력에 맞는 연봉을 받고 있는가이다. 내 대답은 현재 가지고 있는 실력에 비해 연봉이 높다로 결론지었다. 상사나 주변 동료들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결국 실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귀결된다.
최근들어 회식을 자주 가졌다. 팀원이 많다보니 내가 모르는 정보들이 참 많았다. 여기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들었던 것은 회사의 미래에 대한 내용이였다. 현재 회사의 핵심이 되는 부분 중 일부분은 다른 회사걸로 바꾸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윗선의 압박이 있었겠지만 회사나 부서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IT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이 분야에서 만큼은 우리 회사가 최고다' 라는 자부심이다. 아니면 적어도 우리 회사는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있길 바랬다. 그러나 임원들은 그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기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3가지였다.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개혁할 것인가, 이직할 것인가.
현실에 안주한다면 적어도 20년에 편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10년 후, 아니 하루 아침에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5년 후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쨌든 현재 기준으로 본다면 이미 출시된 제품들의 유지보수를 해야하고 조만간 나올 신제품들을 생각하면 20년은 유지될거라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대로 하는게 전부이다. 개발자로서 무언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하라는대로 하는게 전부일 것이다. 이 경우 몸은 굉장히 편할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결국 실력이 도태되어 낙오된 개발자가 될거라 생각한다.
이직을 하는 선택지가 가장 쉽게 해결하는 방법이긴 하다. 굳이 윗선을 설득할 필요도 없고,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접하면서 내 실력을 키워가면 된다. 문제점은 맨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현재 실력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회사의 3년차 개발자들 실력은 어떤지 모르겠다. 또 그분들의 연봉이 어떤지도 모른다. 좋게 생각한다면 그분들도 내 실력이 뛰어나다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게다가 새로운 회사의 팀원들의 인성이 어떤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좋은 팀원들은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흔히들 사회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가 인간 관계인데 현재 그런 점이 거의 없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개혁을 한다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다가 추가로 더 일을 하면서 윗선을 설득시켜야 한다. 업무 부담은 배로 늘어나지만 연봉을 그대로이다. 선행 개발 혹은 성과라고 인정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걸 위해 투자한 내 시간들은 실력으로 변모될테니 결코 허비되지는 않을 것이다.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개혁을 해보려고 한다. 지금 있는 회사가 좋다. 팀원들이 좋다. 이대로 내가 회사가 무너져가는걸 보고 싶지 않다.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떠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할 일이 늘어나겠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할 수 밖에 없다. 열심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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