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리뷰/영화영화

[영화리뷰/스포주의] 아홉수 로맨스

by 크썸 2021. 2. 23.

※ 본 글(아홉수 로맨스 리뷰)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 글에 사용한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 포토에서 가져왔습니다.

주연 4명이지만 2명은 다른 사람 같은데...착각인가...

한줄평 : 좋은 사람을 알아보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먼저 제목부터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고 시작하자. 네이버 국어사전에 아홉수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수. 남자 나이에 이 수가 들면 결혼이나 이사와 같은 일을 꺼린다.

네이버에는 왜 '남자 나이에' 라고 나와있는지 모르겠지만 남녀 구분없이 사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즉, 29살의 된 여성 4명의 연애에 관한 로맨스 영화다. 미신이라고 여겨지듯이 29살이 된 4명의 여성들에게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지 않나,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고 눈치가 없다거나, 믿음을 주지 못한다거나 등등. 결과만 보면 우울한 내용들이고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법한 연애이야기들을 재밌게 풀어냈다. 게다가 홍서연역으로 나온 이새별 배우님은 감독도 겸하고 계셨다. 아니 그 반대로 표현하는게 더 정확한가...여튼

영화를 보면서 '스토브 리그'의 백승수 단장님의 어록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저는 아무 의심도 없는 흐리멍텅한 사람이랑 일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까지 의심하고 확인하길 바랍니다.
떳떳하면 기분 나쁠 것도 무서울 것도 없습니다.

 

시끄러운 곳도 아닌데 여자친구 앞에서 전화통화를 당당하게 하지 못한다.

떳떳하면 기분 나쁠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영화 초반부터 희주의 남자친구는 바람피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팍팍 주었다. 여자친구의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부연설명이 많다는 것은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떳떳하면! 대답은 짧고 간결하다. 4명의 연애 이야기들 희주의 이야기가 가장 슬프면서 안타까웠다. 10년 가까이 남자친구 뒷바라지 해주면서 믿어줬더니 돌아오는 건 배신이였다. 더군다나 남자친구가 바람펴서 어린 여자한테 가버렸는데, 그 여자는 '남자친구 관리를 똑바로 하셨어야죠'라면서 비꼰다.

이런 남자도 있겠지만 남자의 심정은 공감되지 않았다. 공시 준비는 아니였어도 비슷한 상황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있었다. 벌어놓은 돈은 없고 시험에 붙어야하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뿐이고, 여자친구한테 매법 미안한 하루하루. 시험에 떨어지면 그냥 포기하고 여자친구를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할까 라는 생각도 엄청나게 하게 된다. 그런 옛날에 떠올려봤을 때 서동석의 행보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런 희주의 이야기 중 영화상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문자 내용을 읽을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점이다.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어머님과 문자하면서 의심은 더욱 증폭된다.

희주가 동석이와 주고 받은 문자와 동석이 어머님과 주고받은 문자를 보여준다. 그러나 너무 1,2초 만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기에 제대로 읽어볼 수 없었고 유추만 할 수 있었다. 영화의 앞뒤 흐름을 놓고 보았을 때, 동석이는 희주한테 어머니와 식사하러 간다고 했고, 희주가 어머님께 문자해보니 그런 적 없다고 하는 느낌이다. 22일 시사회를 통해 보았기 때문에 24일 정식 개봉할 때에는 이 부분을 조금 수정해주었으면 한다. 다른 작업할 필요없이 문자를 보여주는 장면을 1,2초 더 늘려주기만 하면 된다.

 

주승이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주승이 이야기에서도 비슷하다. 이번엔 연하가 아닌 연상녀랑 바람핀다. 사귀고 있는 사람도 연상인데ㄷㄷ 개인적으로 바람피는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을 오래 만나다보면 연애 초창기 때와는 다른 감정이 생긴다. 흔히들 권태기라고 말하지만 글쎼... 비단 연애에서 뿐만 아니라 연락은 사람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 연락을 했으나 받지 못했다면 이유를 설명해주고 연락한 이유를 되물어본다. 그러나 여기서 연락을 받지 못했던 이유를 제대로 답해야한다. 떳떳하면! 무서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승 역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계약 사실을 숨기고 나중에는 어린이극단 출신조차 숨길려고 한다. 영화 후반부에 다시 결합하나 했으나 역시 이미 한번 떠나버린 마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에 빠진 여성의 눈웃음인가?!

가희와 서연의 이야기는 공감을 떠나서 답답하고 지루했다. 물론 '좋은 일이 생길꺼에요' 라는 멘트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남자가 왜 저러는지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 말라는 건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가희의 재미교포와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아무리 정 떨어지거나 기분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다시 남자한테 돌아간다. 그걸 넘어서는 매력이 있다고 하는데, 이게 나쁜 남자의 매력인가 흑흑. 

어쨌든 아홉수를 넘기고 4명에게 다시 봄날이 찾아오면서 영화는 끝난다. 어느 장면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4명이서 술을 마시고 난 후에 페이드아웃에서 너무 급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나레이션이 끝나고 나서도 급하게 화면이 바뀐다. 여운이고 자시고 영화 끝났으니 빨리 가세요 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법한 연애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영화로 간만에 재밌게 보았다.

한줄평에도 적었듯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다. 

좋은 사람 만나려고 막 눈 돌리면 없고,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 오더라.
여행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보고 경험을 쌓아야 좋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알아볼 수 있는 지혜가 생긴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나타나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놓쳐버리니까...

그렇지만 좋은 사람이 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경험과 실력을 쌓고...어우. 아홉수 로맨스를 보고 나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더욱 간절해졌다. 그러나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직 판단이 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만가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 오늘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