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리뷰/영화영화

[영화리뷰/스포주의] 엘리멘탈(Elemental, 20203)

by 크썸 2023. 6. 18.

※ 본 글(엘리멘탈 리뷰)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 글에 사용한 이미지는 모두 네이버 영화 포토에서 가져왔습니다.

줄거리 및 결말(더보기 클릭)

더보기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 앰버 가족이 이민을 온다.

원소들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지만 다른 원소들이랑은 섞이면 안된다는 규칙을 갖고
같은 원소들끼리만 가족을 이루며 지낸다.
낯선 땅에서 앰버 아버지 아슈파는 '파이어 플레이스' 가게를 꾸리고 정착한다.
세월이 지나 딸 앰버가 가게를 이어받겠다고 하여 가게의 일들을 배워나가는 도중
펌프 누수 사건으로 물 원소 웨이드를 만나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걸 하라는 웨이드의 말에 흔들리는 와중 불의 원소 도시에 홍수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홍수 속에서 웨이드가 본인을 희생하여 아슈파의 보물과 앰버를 구해준다.
앰버는 아버지에게 가게를 이어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우여곡절 끝에 웨이드가 죽지않고 살아나게 되고  앰버와 공식적인 연인으로 발전한다.
앰버는 하고 싶은 일을 배우기 위해 웨이드와 함께 엘리멘트 시티를 떠난다.


간만에 픽사다운 작품이 등장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이 영화의 로튼토마토 평론가 평점이 낮은 편인데, 커뮤니티 일부에서는 서양에서 여주인공 앰버에 대한 캐릭터 이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나 로튼토마토 리뷰글들을 보면 진부하다/평범하다/엘리멘탈 요소들의 매력이 부족하다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원소들은 하나의 캐릭터 요소일뿐 영화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나온 한국인들은 느낄 것이다. 아... 앰버는 누가봐도 K-장녀, 유교걸이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자식이 자신의 일, 직업, 회사를 물려받아 이어나가 주기를 바라는 부모들은 존재한다. 가족애(愛)는 어느 나라든 있으며, 특히 부모님에게는 상처를 주기 싫은게 자식이다. 앰버 역시 같은 마음으로 어린 시절부터 고생한 아버지를 얼른 은퇴시켜 편히 지내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런 마음이 커서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하는 것이 꿈인 것처럼 자라왔다. 그러나 웨이드를 만나고 본심을 알게 되며 본인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다른 것이였다는 걸 깨닫는다. 마지막에 아버지 대사도 좋았다. '내 꿈은 언제나 너였다'.

사실 평론가들 얘기처럼 전반적인 스토리는 진부한 내용이다. 유럽 여행을다녀와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외지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여럼풋이나마 알고있다. 그렇기 때문에 앰버 가족이 어떤 심정인지 이입이 잘 되었다. 게다가 부잣집 웨이드 집안에서는 편견이 없다시피 앰버를 대한다. 앰버 집안에서는 원소끼리는 절대 섞이지 말라고 하지만, 웨이드 집안에서는 그러한 제약이 없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만나고 다닌다고 얘기를 하고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한다. 웨이드가 사는 곳을 유리 공예를 통해 만들었다는 대화 내용을 보아 불 원소에 대해 적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앰버한테 자기네들 말을 잘한다고 하는 것으로보아 같은 엘리멘트 시티에 살고 있지만 결코 섞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부분들이 초기 미국으로 이민가서 한인타운 등을 개척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표적인 장면이 앰버 가족이 엘리멘트 시티에 입국할 때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언어를 배워가고 결국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다. 앰버 가족이 다른 원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앰버가 비비스테리아를 보러갈 때 나온다. 오로지 불 원소만 입장을 금지하는 것이다. 물론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지만... 이런사건이 쌓여 결국 불들은 자기들 마을에만 살아간다. 앰버가 웨이드를 따라 도시 중심부로 갔을 때, 불은 앰버 혼자일 뿐이다. 극장에서도 입장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의 감독님께서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초기 미국이라는 말을 했지만, 다른 나라에 이민가는 모든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인간극장 다큐에서도 나왔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흑인을 생각하면 된다. 부모님은 고향이 다른 나라일지라도 자식들은 고향이 한국이다. 앰버 역시 고향은 엘리멘트 시티다.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본인의 정체성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픽사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일어난 이민자들에 대한 것을 연상하지 말고, 우리나라에 이민온 사람들을 생각하며 봐줬으면 한다. 더 나아가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다.

불꽃 주변에만 빛이 환하게 표현한 것도 재밌다

영화 내내 디테일한 부분이 많았다.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물과 불이 손잡아 맞닿았을 때, 웨이드 몸에서 물이 기화되면서 수증기가 발생
2. 스펀지에 물이 흡수되어 스스로 나오기 힘들어하는 장면
3. 공기 원소가 손님으로 비행기에서 나올때 바람이 빠지다가 다시 탑승하니 팽창하는 장면
4. 버스에서 공기가 천장에 달린 의자에 앉는 장면
5. 모래를 녹여서 유리로 바꾸는 장면
6. 웨이드가 명찰을 손으로 가렸더니 더 확대되는 장면
7. 빛을 받아 꽃을 피우는 비비스테리아
8. 물을 돋보기 삼아 불을 피우는 앰버와 웨이드
9. 광석 원소별로 앰버의 불꽃 색깔이 바뀌는 장면
10. 웨이드가 일으킨 물보라로 생기는 무지개
11. 철조망을 통과할 때, 앰버는 철조망을 녹였지만 웨이드는 철조망에 물방울이 일부 맺히는 장면


이 밖에도 과학 실험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눈웃음 지을만한 요소들이 잔뜩 있었다.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면 이 영화 초창기에는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어려워했다고 한다. 토이스토리처럼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피부 같은 것의 구현은 익숙했지만, 물체를 투과하면서 동시에 움직임이 있는 것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자료 하나 없었지만 픽사답게 여러 연구를 거듭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코딩하고 결국 구현해냈다고 한다. 이런걸 보면 역시 그래픽 프로그래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나 역시 이런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들에 매료되어 이쪽 길을 선택하였다. 디즈니 영화들은 언제나 개봉한 이후에 기술 논문들을 발표하기 때문에 엘리멘탈에 사용된 기술 논문들을 찾아서 정독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