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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리뷰/전시전시

[전시리뷰] 게임 사회(Game Society, 2023) - 국립현대미술관

by 크썸 2023. 6. 19.

[전시리뷰] 게임 사회(Game Society, 2023)

23.06.14 방문

전시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지하1층 2,3,4 전시실 및 서울박스
전시 기간 : 2023년 05월 12일 ~ 09월 10일까지
관  람  료 : 2000원
전시 개요 : 비디오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 지 50년이 지난 오늘날, 게임의 문법과 미학이 동시대 예술과 시각문화, 더 나아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


게임은 예전부터 안 좋은 문화로 여겨져왔다가 마약과 동등한 취급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E-스포츠까지 발전하여 건전한 문화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게임이 왜 이렇게 안 좋은 취급을 받았는가에 대해 의견을 표해보자면, 실내에서 혼자 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내에서 혼자하는 일들이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멀티플레이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게임은 철저히 방에서 혼자하는 일이였다. 가령 내 자식이 학교 끝나서 집에와서 운동이나 공부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친구를 만나서 놀러다니는 것도 아니고 방구석에 쳐박혀서 혼자 게임만 계속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부모 입장에서는 그렇게 안 좋게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를 필두로 게임은 안 좋은거야! 라는 말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게다가 여러 폭력적이고 잔인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급기야 미디어에서까지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라고 보도한다. 물론 이런 주장들은 관련 근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폭력적인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은 스트레스 발산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결론까지 나오게 된다.

건전한 문화로 자리잡은 게임이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어릴 때부터 게임과 같이 자라온 나로썬 이 전시회의 제목에 이끌렸다. 4전시실부터 관람을 시작하면 되는데 게임 속 공간을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이뤄져 있는 게임 속 세상을 보면서 경험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전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이 세상은 가상 현실이고 시뮬레이션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여 시뮬레이션이 더욱 정교해지고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시뮬레이션과 무슨 차이가 있겠냐라는 겁니다. 
4전시실에 들어서면 <평행>이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현재 게임 속 세상에서는 어쨌든 끝이 존재한다. 물론 특정 끝지점에 도달하게 되면 반대쪽으로 순간이동 시켜서 마치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다. 지구처럼 원을 생각하면 된다. 작품에서 예시를 든 작품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GTA5'인데 둘 다 캐릭터가 갈 수 없는 부분을 보여준다. 게임 속 캐릭터는 특정 지역을 갈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우주를 맨몸으로 나갈 수 없다. 이러한 공통점을 계속 교차해나가보면 혹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즉, 우주에도 끝지점이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평행> 작품은 좋았지만 <슈퍼 마리오 무비> 는 설명을 읽어보아도 이해가 쉽지 않았다.

공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여 3전시실로 오면 익숙한 게임을 볼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와 <심시티>. 예술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와 재미에 대한 질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게이머들은 창조에 대해 은근히 취약한 부분이 있다. 게임을 만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저에게 자유를 제공하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무얼 해야될지 몰라한다. 적정선의 안내와 목적 등을 제공해야지만 비로소 자유롭게 움직인다. 물론 두 게임 모두 최종적인 목표가 없다. 영원히 계속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인크래프트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과 또 다른 세상에서 만난다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이것저것 해보자라는 목적을 공유하고 실행한다. 물론 이 목적은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위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전시 설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있다.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해볼 것인가?'라는 플레이어의 자발적 도전이다] 
나는 여기서 단어 하나를 추가해주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해볼 것인가?'

 

이러한 생각이 맞는 것처럼 2전시실 테마는 'Play Together, Stay Together'이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것은 VR 전시를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람할 수 없었다. 너무 즉흥적으로 찾아간 전시회였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예약해야된다는 것을 몰랐었다. 하지만 2전시실의 핵심 작품은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 파트라고 본다. 

스크린 앞에 있는 총을 들고 체험할 수 있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처음에 총을 쏘지 말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러나 거의 모든 관객들이 이 총이 스크린과 상호작용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번 방아쇠를 당겨본다. 어느정도 진행하고 나면  '당신의 행동으로 인해 당신은 삭제되었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이게 뭐야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여기서 난 옛날 문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어느 한 게임 유저가 RPG 게임 세상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플레이하고 키우던 캐릭터를 마주치게 된다. 이 때 게임 캐릭터가 유저한테 이런 말을 한다.

'네놈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수많은 생명을 짓밟았다.'
'피로 물든 나를 보는게 그렇게나 즐거운가?'

게임 속 몬스터나 캐릭터들은 데이터 조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플레이할 때는 큰 생각없이 몬스터를 죽이고 경험치를 얻는다. 그렇게 내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성장시킨다. 게임 속 캐릭터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말을 충분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관람객은 큰 생각없이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으로 인해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사실 이런 메시지, 교훈을 주는 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라고도 하며 보통 플레이하면서 한 번 선택한 길을 바꿀 수 없다거나 영구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젠장, 그 여자 때문에 산다> 작품을 지나고 나면 이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모니터를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가 나도 모르게 내가 무엇 하고 있는지 보고 있다라는 의미로 와닿았다. 이 느낌을 확장시키면 위에서 말했던 일론 머스크의 시뮬레이션 개념과 연관지을 수 있게 된다. 나는 내 자신의 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지만 알고보니 시뮬레이션 환경이였고 이런 내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있을 수도 있다라는 느낌을.

서울박스 전시는 자리가 없었고, 비도 온 마당이였기에 2전시실까지만 보고 집으로 향했다. 전시의 느낀점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공간일 수도 있다' 이다.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올 수 있었고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좋은 전시가 또 있는지 계속해서 찾아봐야겠다.

혹 '게임사회' 전시회를 가실 분이라면 VR 작품 관람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 전시(현재 전시) → 게임사회 → 하단부의 '이벤트' → VR 작품 관람 예약 클릭

마지막으로 게임사회 전시에 대한 홍이지 학예연구사님의 좋은 인터뷰가 있기에 링크를 걸고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한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match=id:224